모바일로 재편된 우리의 삶에서,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하나를 꼽자면 ‘맛집’ 검색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PC나 모바일을 통해 가족과의 식사, 친구와의 약속, 각종 모임이나 회식에서 수없이 많은 ‘맛집’을 검색한다. 그런 뒤 꼼꼼히 사진도 보고, 동영상도 보고, 후기도 읽어보고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기대를 안고 인터넷에서 본 그 음식점을 방문한다. 실제로 방문해 보면 어떤 때는 정말 인터넷에서 본 그대로 입장하는 순간부터 특별한 분위기에 매료되고, 음식점의 인테리어에 압도되고, 혀끝으로 시작해 오감이 만족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SNS에 올릴 콘텐츠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현대인들에게 만족스러운 소재를 제공하며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때로는 기분이 상할 정도로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선택이 후회되는가 하면 씁쓸함을 삼키며 다시는 인터넷 글에 속아 가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선택지가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불안과 불편을 느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무엇을 근거로 맛집을 판단했을까?
일단 기본과 상식에 해당하는 요소인 ‘맛’과 ‘서비스’가 대표적인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이에 더해 그곳의 분위기, 인테리어, 위생상태, 좌석의 편안함, 향이나 냄새, 배경 음악, 소음 등이 부차적인 요소로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작용했을 것이다. 즉, 맛집과 그렇지 않은 음식점을 가르는 기준은 모두가 상식이라 생각하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실패했다고 규정한 음식점은 더 이상 가지 않게 된다. 심지어 주변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렇듯 처음에 만족을 주지 못하는 음식점은 그만큼 기본적 요소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차 고객이 줄어들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체로 그러한 음식점들이 문제의 원인을 ‘광고’라는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광고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계속해서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때 마케팅은 ‘광고’라고 불리며, 제품이 개발되고 나서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라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마케팅=광고’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리면 TV, 라디오, 블로그, 페이스북 등 이러한 방법으로 아무리 광고를 잘해도 한번 오는 고객은 있을지언정 두 번 찾는 고객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이 있었다. 맛은 물론이고 신나게 욕을 먹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이어졌던 사례였다. 재밌는 사실은 욕쟁이 할머니는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하나의 이슈는 ‘사실’, ‘문제’, ‘결과’의 세 가지 요소로 분해할 수 있다. 맛집의 예로 보자면 ‘사실’ 요소는 광고를 보고 처음 오는 손님은 있지만, 두 번 오는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그로써 광고를 하지 않고는 손님이 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결과’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에 해당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 ‘사실’ : 광고를 보고 처음 오는 손님은 있지만, 두 번 오는 손님이 없다. * ‘결과’ : 광고를 하지 않고는 손님이 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사실’을 ‘문제’로 오인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문제에 대한 잘못된 규정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위의 상황에서처럼 광고를 보고 처음 오는 손님은 있지만, 두 번 오는 손님이 없다는 ‘사실’에 해당하는 요소는 자칫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문제로 규정하게 되면 정확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광고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계속해서 처음 오는 손님만 맞이하게 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이미 일어난 일이자, 이미 엎지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에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미션에 해당한다. 자 그럼 다시 정리해보자.
* ‘사실’ : 광고를 보고 처음 오는 손님은 있지만, 두 번 오는 손님이 없다. * ‘문제’ : 기본적 가치 부재, 차별화된 매력 부족 * ‘결과’ : 광고를 하지 않고는 손님이 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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