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는 2017년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세계 제조업 최강국’ 독일이다. 독일에선 매년 250여 개의 대규모 전시회가 개최되는데 이 중 150개 이상은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전시회로 이는 세계 주요 전시회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주에 3건 이상의 대규모 국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 전시회를 참관하러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참관객이 방문하는데 그들이 먹고, 자고, 즐기며 소비하는 활동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 막대한 경제 파급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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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독일은 왜? 어떻게? 전시회가 활성화되었을까?
가내 수공업으로 상품을 공급받던 시기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람들의 욕구를 기업의 생산품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빠르게 생산되는 공급이 사람들의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쌓여만 가는 재고를 걱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때부터 점점 시장과 고객이 구분되고 확대되면서 특정 분야의 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들이 개최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 전시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전시회는 거래를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탄생한 재래시장과 뿌리가 같다.
유럽 곳곳을 다니며 활동하던 상인들이 서로에게 평등한 중간 지점인 장소를 선정하고 정기적으로 특별한 날을 지정해 거래를 목적으로 했던 만남의 발전적 모습이 전시회이다. ‘독일’은 9개의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며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상 가장 적합한 나라였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철도, 항공 등 교통의 인프라까지 발전시켜 독일의 전시회가 지금과 같이 세계를 주도하게 되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쩌면 독일은 800년이라는 역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타고난 조건과 환경만으로 독일의 전시산업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세계 2차 대전에서 패전하고 산업 기반이 붕괴되는 위험 속에서 상황을 단기간에 극복하고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전시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국가 역량을 집중했던 독일 정부와 끊임없이 가치를 키우는데 집중했던 전시 주최사, 전시회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기업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말 주목할 점은 여기에 있다.
독일 기업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뭐냐고 질문하면 단연 전시회라고 답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독일 기업인들의 수출 80% 이상이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독일에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불리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유독 많은 이유도, 독일 기업 전체 매출의 35.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탄탄한 이유도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발견하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면서 통찰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란 말을 뒷받침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615건의 전시회가 개최된 대한민국에선,
전시회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정부 차원의 전시회 참가 지원사업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나 전시회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 효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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