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스웨덴의 젊은 신혼부부들이 비싼 가구를 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소년은 품질 좋으면서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공급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 조립형으로 가구를 설계하여 물류비용을 절약하고, 고객이 스스로 가구를 조립하게 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고, 수익을 또다시 기술에 대한 투자로 연결시켜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는 혁신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1943년 스웨덴의 직업고등학교 학생이었던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1926)라는 17세 소년은 자신의 이름의 'I'와 'K' 두 글자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지명인 엘름타리드(Elmtaryd)와 아군나리드(Agunnaryd)의 첫 글자인 'E'와 'A'를 조합해 IKEA라는 가구 회사를 만든다. 지금은 세계 최대, 가구업계의 공룡이 된 이케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케아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케아 다움>이라는 컨셉을 잘 지켜내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케아가 우리나라에 진입하기 전의 가구 구매는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가구를 고르고 해당 업체에서 완제품을 배송하고 설치까지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지금도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불편해하고, 어려워하고,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방법으로 가구를 구매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케아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는, 가구 완성에 들어가는 작업량의 80%를 고객이 스스로 처리하게 하는 데 있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비용 절감 목적으로 도입한 이 정책은 불편을 감수하고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애착을 갖게 된 고객들에 의해 이케아만의 차별화된 가치로 평가받는데, 이케아 가구는 애초에 비싼 가구 때문에 고민하는 스웨덴의 젊은 신혼부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이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조금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주요 고객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면 그 제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 당연히 더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둘수록 판매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평균의 함정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고객의 범위를 되도록 넓게 가져가려면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지 않고, 모두를 만족시키면 된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대상이 너무 많고, 다양하고, 모호하다. 고객의 범위가 넓으면 어쩔 수 없이 사업의 방향은 광범위한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평균으로 향한다. 결국 <우리다움>을 잃어버리고 평균이 되는 순간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브랜드가 되고 꼭 사야 하는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잘 팔리는 제품,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고객의 범위가 넓다는 것은 명백한 오해이다. 명품 브랜드로 대표되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0대 일수도, 70대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연령과 성별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기준이 아니라 신념과 가치관의 문제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최소 유효시장에 집중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면 동일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학적 통찰은 전시회에서도 적용된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들 역시 전시회에 방문하는 모든 참관객을 대상으로 삼기보다 우리가 만족시키고자 하는 최소 유효시장에 집중하고 그들을 위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전략에 접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 지향이란 고객에 맞춰 우리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이 아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의 관점에 맞춰 제안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형태의 ‘X를 하면 Y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들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렇게 해서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