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검증은 참가 후보 전시회 목록을 작성하고 난 후, 가치 평가를 하는 단계에서 이뤄진다. 전시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펼쳐질 상황을 예상해보고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는 매우도 난도 높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주최측으로부터 설득력 있는 증거자료와 그럴듯한 제안서를 가지고 참가 제안을 받게 된다면, 실제 타당한 이야기인지 검토해보고 시간, 노력, 비용을 투자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결국 제안을 받은 기업의 역할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해당 기업에게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4일간 열린 ‘CES 2020’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IT·가전 전시회이다. 전시회 개최 기간이던 4일간 국내 'N'사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보도된 기사만 약 8,600개의 달할 만큼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CES만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시회도 없을 것이다. 세계 양대 산맥이라 평가받는 독일의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는 행사가 개최되는 기간에 약 1,900여 건의 보도자료가 배포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는 평균 100건의 보도자료를 넘지 않는 점을 보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전시회란 평가가 더욱 명확해진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CES 같은 전시회가 없을까?
먼저 현실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미 자본주의의 역사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전문적이고 권위 있으면서,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유명한 전시회들이 오래전부터 개최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교조차 불가능한 짧은 전시산업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단번에 세계 수준의 전시회를 만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세계적인 전시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주력산업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때 가능한 일이다. 미국과 독일에서 세계 최고, 최대의 IT·가전 전시회가 개최되는 이유는 가전제품 제조 분야가 오래전부터 미국과 독일의 주력산업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주력산업은 그만큼 큰 유효시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세계를 이끄는 기술은 세계 각지의 바이어(유효 구매자)들을 자발적으로 끌어들이는 첫 번째 조건이 된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에서 개최되는 기초 공산품 관련 전시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도 이에 근거한다.
또한 전시회가 방송국이라고 가정하면, 프로그램(콘텐츠)은 [참가업체], [부대 행사], [참관객], [유명인 방문] 등이다. 전시회의 영향력을 검증해보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을 주도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전시회의 영향력 검증 요소 - 전문가 역할 : 뚜렷한 주제와 목적, 콘셉트, 타이틀, 희소성, 신뢰성 필요 - 권위자 역할 : 부대행사, 어워드, 전문가들의 대담, 사회 지도층, 미디어, 유명인의 방문. - 선구자 역할 : 신기술, 신상품, 트렌드, 아이디어, 방향성 제시, 내비게이션 역할 - 지도자 역할 : 준거집단화, 해당 산업이 진일보&융합&번영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많은 일자리, 높은 소득, 양질의 교육 및 문화시설, 정보습득, 네트워크, 준거집단이 주는 이미지 등이다. 다시 말해 혜택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전시회도 도시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전시회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 미래를 제시하는 통찰력, 다양한 네트워크, 이를 통한 생존과 안정의 요소들의 곳곳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를 검증하는 방법은 희소성과 베타성의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 동안 개최되는 전시회는 한정된 기업, 선택받은 기업이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전시회에서 평등은 마땅히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희소성과 베타성은 기업 규모에 따른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닌, 검증되지 않은 상품에 대한 통제를 말한다. 가령 우리가 자주 찾는 동네 마트에서 구매한 상품에 심각한 결함이나 불량이 드러나게 된다면 우리는 해당 상품뿐만 아니라 자주 찾는 마트까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실망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업과 참관객들만이 전시회에 모일 수 있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전시회일수록 가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전시회들은 참가 또는 참관 자체만으로 준거집단에 진입한 듯한 우월감과 소속감을 만들어준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신뢰성이다. 주최사, 개최 장소, 개최 규모, 후원기업 또는 기관, 선구자 또는 리더 역할을 하는 유명 기업의 참가, 집단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유명인의 참관, 유명 미디어의 방문 여부를 보고 검증의 요소가 된다. 아래와 같은 실체적 단서를 통해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고 검증 작업으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실체적 단서 제공(증거자료) - 참관객 데이터 : 도표, 인포그래픽, 묘사 - 사실 증명 자료 : 사실을 증명하는 사진이나 영상 - 참가기업 리스트 - 업계 선두 기업(유명기업) 참가 여부 공개 - 권위 증명 : 권위자의 인터뷰&증언, 신뢰성을 높이는 보도자료 or 보고서 등 도표, 묘사, 저명한 사람 인용, 찬사(추천서) 증언 활용, 수상 사진 - 기존 참가기업의 후기 - 수상 이력 공개
* 희소성, 베타성, 신뢰성 검증 요소 - 미디어 역할을 하는가? - 업계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가? - 참가 자체가 목표가 될 만큼 가치있는가? - 콘셉트가 확실한가? 정확히 무슨 전시회인데? - 참가기업과 참관객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명확한 컨셉 필요! - 실체가 뚜렷한가? 어디서 하는가? 규모는? 나갈만한 가치가 있는가? - 유명한 기업, 유명한 사람 누가 오는가? - 부가적으로 얻을만한 무언가가 있는가? 부가 서비스, 부대 행사가 뭐가 있는가? -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생각나는 이미지는? - 구매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인가? 시간을 줄여주고, 효율성 있는가? - 판매자와 구매자의 캐릭터가 명확하고 서로 필요로 하는가?(목적, 동기, 이유, 목표, 의도) - 참관객 머릿속에 무슨 이유로 방문해야 하는지 확실한 목적이 만들어지는가? 동기부여(Motivation) 어원은 라틴어 Motivus에서 유래된 것으로 ‘움직이게 만들다(Serving to Move)’라는 뜻이다. 즉 개인이나 조직이 무엇인가에 의해서 자발적인 행동이 일어나고 일어난 행동을 달성하고자 하는 과정을 말한다. 동기부여는 목적의식을 만들고 목적의식은 행동을 유발한다. 참관객에게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전시회 현장까지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객단가가 비싸거나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고관여 구매의 상황 또는 신기술, 신제품이 모이는 곳에서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이다. 소량으로 구매하는 저관여 상품이거나 다른 곳에서 쉽게 대체재를 찾을 수 있는 패턴으로는 전시회의 가치를 만들기 힘들다. 다음은 추가적인 검증 요소이다.
- 전시회가 아닌, 대체재가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많은가? 불편함은 없는가? - 인터넷으로 거래가 어려운 아이템인가? - 인터넷으로 구매하기 쉽거나, 크게 차이가 없다면 전시회에 방문할 이유가 사라진다. - 구매자의 문제로부터 시작했는가? - 구매자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는가? (시간을 아껴주고, 귀찮은 일을 덜어주고, 성과는 높이는가) - (참관객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정확한 대상 고객이 방문하는가 - 실물을 직접보고, 비교하고, 즉시 상담이 필요한 거래일수록 전시회와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전시회는 주제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전문성이 떨어진다. 간혹 전시회의 규모 확대와 매출 증진을 위해 전시회 범위를 넓게 잡고 모든 참가기업을 모집하려는 전시회들이 있는데, 이러한 전시회들은 참관객과 참가기업을 하나로 관통하는 명확한 컨셉이 없어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가 되지 못한다.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가 되지 못하면 방향을 제시할 수 없어 권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선구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고, 선구자가 되지 못하면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없다. 전시회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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