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려라"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및 게임 서비스 전문 기업 텐센트(腾讯, Tencent). 미국에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있다면, 중국에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있다. 한국의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포털로 시작한 텐센트는 인터넷을 통한 최초의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ICQ를 모방하여 QQ라는 인터넷 메신저를 만들었고, 이어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을 보고 위챗(WeChat, 微信)을 개발하여 중국의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며 천문학적인 규모로 성장하게 된 기업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알리바바’ 그룹과 함께 중국 내 민간 대기업 순위 1, 2위를 다투는 텐센트는 사실 카피캣으로도 유명하다.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베껴 QQ탕, ‘카트 라이더’를 모방해 QQ스피드를 만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단 모방을 통해 만들고 그 돈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노하우를 쌓아 결국에는 더욱 뛰어난 게임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텐센트는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개발사이자 유통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국 내에서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마화텅 대표는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려라’라고 말한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필요한 모델을 찾아 모방하고, 변화시키면서 성공을 만드는 그의 주장이 집약된 구호이다. 모방꾼이라는 주위의 비난에도 마화텅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중국의 많은 IT 기업들이 외국 모델을 모방하다 망했다. 하지만 텐센트는 성공했다.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릴 때, 텐센트는 고양이를 본떠 호랑이를 그렸다. 창조적 모방, 이것이 바로 텐센트가 살아남은 비결이다.” (2008년 텐센트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마화텅 대표의 연설 中)
그의 주장에 걸맞게 텐센트는 원래의 서비스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현지화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 모델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재밌게도 카카오톡을 본 따 만든 위챗의 수익 모델을 다시 카카오톡이 따라 하게 되고,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 역시 텐센트의 카피캣이 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도 모방은 다른 것을 본뜨거나 본받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모방’과 ‘표절’을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표절은 남의 작품을 몰래 따다 쓴다는 의미로 모방과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진 단어이다. 텐센트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모방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서 똑같이 만들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미 가치가 증명된 모델을 기초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면 그것은 충분히 영리하고, 기민하다 인정받을 만한 일이다. 대체로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욕망이 가득한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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