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주최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업(業)의 본질’은 연결이다. 서로 어울리는 두 대상을 전시회라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결혼 중매인, 소개팅 주선자와 본질적인 면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원하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에 나가듯 기업은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참관객은 좋은 기업과 제품을 만나 좋은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약속된 하나의 장소에서 모인다. 중간에서 참가기업과 참관객을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놓는 역할의 주최자는 양쪽 모두의 특징과 현황, 강점과 약점, 이슈 및 트렌드, 구매 패턴과 경로... 등등 모든 것을 낱낱이 알고 있어야 좋은 만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전시장까지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방문한다는 것은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참가기업, 참관객 어느 한쪽이라도 만나서 소통하고 무언가를 교환할 만한 필요를 느끼지 않거나, 필요는 느끼더라도 함께 모일 수 없는 환경(장소, 시기, 규모 등)에서는 좋은 만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전시회가 개최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뚜렷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
전시회는 보통 명칭을 통해 주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 식품 산업전, 모터쇼, 기프트쇼, 창업박람회 등등 명칭을 통해 전시회의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가기업, 참관객 모두 주제를 통해 반대편에 있는 대상의 캐릭터를 가늠하게 된다. 바이어들이 전시회를 찾는 목적은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좋은 기업과 제품을 직접 만나보고, 만져보고, 그 즉시 가격 상담을 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참가기업이 전시회를 참가하는 목적 역시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의 정확한 대상 고객 집단을 마주하기 위함이다. 즉, 주제는 전시회 현장에 목적이 불분명한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해당 주제에 관심도가 높고, 비즈니스로 연결하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한 대상 고객들을 몰려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모호할 경우, 참가 또는 참관의 목적 역시 불분명해지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자발적 의사가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전시회들은 특정 분야의 산업을 주도하고 방향성을 제공하는 선구자, 권위자, 전문가,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 이들 전시회에 가보면 좋은 제품을 더욱 좋은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바이어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바쁜 발걸음으로 움직이며 더욱 많은 기업과 상품을 만나보려 노력한다. 1967년 첫 번째 개최를 시작으로 매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거의 모든 산업에 연결된 최첨단 전자기기와 혁신적인 신기술을 선보이는 각축장으로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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