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너무 안 좋다.” “고객이 너무 빠르게 변화해서 따라가기 어렵다.” “도대체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품의 포화, 무한 경쟁 시대에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진 현 상황은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99.9%의 중소기업에게 더욱 큰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이토록 맹목적으로 주변 환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선 경기의 선순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이다. 사람들은 기업이 지급한 임금으로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기업은 그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사람들에게 임금을 지불한다. 경기의 활황은 이렇게 ‘돈’이 돌고 도는 현상이 되풀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노동 공급이 원활해지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상승해야 경제가 회복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기업이 성장하여 규모가 커지거나, 신규 기업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사람들 다수가 소속되어 있는 기업이 잘되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에 짙게 드리워진 각자도생, 불안사회는 소비의 정체를 만들고 더 나아가 결혼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낮은 결혼율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이어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구 구조가 악화된다. 생산된 제품을 소비해줄 사람이 더 이상 없을 경우, 기업은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수요처 다각화. 즉, 새로운 시장 개척을 생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출로 시야를 넓히는 기업들이 생겨나게 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나, 수출 주도 사업 전개는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직격탄을 맞게 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을 때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의 자국 무역 보호주의 정책에도,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일본의 대(對)한 수출규제 정책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더해 현재는 국내 기업끼리만 경쟁하는 상황이 아닌 국제적으로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글로벌 경쟁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후발국들과의 기술격차는 점점 더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되고,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거나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노동자의 소득을 취약하게 만들고, 소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돈’이 돌고 돌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고 있다.
또 하나, 불경기라는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적인 맥락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과관계를 살펴보면 1800년대 후반 산업혁명을 필두로 대량생산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폭발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제품이 따라갈 수 없었으나 24시간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생기면서 점차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게 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태는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이로 인해 없어서 못 팔던 시대에서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이 넘쳐나는 공급 과잉, 상품 포화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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