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한국에서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의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국내 배달업계를 이끄는 두 회사가 합치기로 결정된 것도 화제였지만, 더욱 눈길을 끈 건 국내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 금액인 무려 4조8천억 원이었다. 2018년 3200억 매출을 기록하고 지속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성공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016년 출판된 『배민다움(배달의 민족 브랜딩 이야기, 홍성태)』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는 앱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배달음식은 누가 시키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조직이나 모임에서 막내가 그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0~30대의 젊은 사회초년생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그들이 좋아하는 문화와 영역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에서 진행하는 광고와 이벤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면 20~30대의 젊은 사회초년생에게 염두에 놓은 전략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막연하게 나이나 소득, 교육 수준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분류가 아닌, 철저하게 사용자를 이해하고 범위를 좁힌 것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가 되었던 것이다. 정확한 대상 고객을 규명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을 마케팅에서는 STP라 한다. S - Segmentation / 고객을 구명하고 세분화하여 T - Targeting / 적절한 대상을 선별한 뒤, P - Positioning / 인식되도록 집중하는 것!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우리의 사업 아이템을 소비해 줄 고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마케팅에 집중하는 기업이 많다. 마케팅만 잘하면 상품은 알아서 팔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고객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 필수로 요구된다. 고객의 범위는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에서는 보통 30~40대 여성 또는 20~30대 직장인 이런 식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곤 한다. 하지만 고객을 너무 포괄적으로 정의하게 되면 고객을 정확히 모르게 되고, 고객을 정확히 모른다면 그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이 나올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가정해보자. 선물을 받게 되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면 나이, 성별, 취향에 맞춰 의미 있는 선물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면 어떤 선물이 좋을지 고민하게 되고,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노력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 만족시켜야 하는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마케팅’은 사람들이 느끼는 성가시고 귀찮은 일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제품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잘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개발팀에서, 만들어지고 나서는 마케팅팀의 역할로 이원화시켜 구분하는데 이것은 마케팅에 대한 대단히 큰 오해이다.
전시회를 제대로 경험하면 사업에서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나고 싶은, 만날 필요가 있는 현재 고객, 과거 고객, 목표 고객, 잠재 고객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몰라봤던 고객까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고객 그룹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고객 현재 우리 회사와 활발하게 거래를 하고 있는 고객이다. 이들은 우리 회사의 제품을 추가로 구매해 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룹이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고객 과거에는 거래했으나 현재는 거래하지 않는 고객 그룹이다. 새롭게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고,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거래 갱신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회사에 도움 되는 힌트는 거래가 끊어진 과거 고객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목표 고객(신규 고객) 회사의 신규 고객이 될 수 있는 우리가 만나고 싶은, 만날 필요가 있는 고객이다. 이러한 유효고객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지만, 전시회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접촉·상담·거래가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현장에서 제품의 시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 오히려 가장 매력적인 유통업체를 선정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제품의 차별점, 특장점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잠재 고객(미처 몰라봤던 고객) 우리 회사가 그동안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대규모 수요자 집단을 발견할 수 있다. 고객이라 규정하지 않았던 그룹에서 구매가 일어나는 경우다. 말 그대로 미처 몰라봤던 고객들이다. 함께 참가했던 기업이 고객이 되기도 하고, 취재를 왔던 언론사가 대규모 실수요자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고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단순히 만들어진 제품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사소한 문제와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팔릴 물건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제대로 된 마케팅’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시장조사, 판매 촉진, 영업, 마케팅 등 이러한 활동을 개별적으로 하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까. 가성비의 관점에서 보면 전시회는 돈도 벌고 마케팅도 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가진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고객을 단숨에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소,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객을 알아낼 수 있는 장소, 우리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장소, 생생한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장소.
전시회가 유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