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단단한 비누로 머리를 감던 시절. 인체에 해로운 독성이 제거된 ‘양털 세척제’는 최초의 현대식 ‘샴푸’인 모발용 세척제가 된다. 지금은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샴푸’는 그렇게 1930년대 '타케우치 고도에'라는 일본인에 의해 최초로 발명되었다. 우리나라에선 196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서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크림샴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후 증가하는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간다. 오로지 머리카락에 묻은 이물질을 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샴푸가 그로부터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은 린스 겸용, 두피&탈모 케어, 비듬 전용, 트리트먼트 샴푸부터 성분에 따라 한방, 천연, 콜라겐, 미네랄, 단백질 샴푸까지 세분화되었다. 현재는 집집마다 하나 이상의 샴푸를 보는 것이 특별히 어색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비재 시장에서는 이미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고 판매되지만, 사람들의 취향과 개성,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더 다양해짐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 역시 더욱 다양하고 전문화된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 변화의 흐름은 제품뿐만 아니라 유통채널, 심지어 전시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몰과 같은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사람들의 수요에 발맞춰 컵셉 스토어, 편집샵,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이 세분화된 리테일 형태로 변모해 나가고, 온라인 유통채널 역시 통합적인 형태의 종합몰, 오픈마켓에서 뷰티몰, 디자인몰, 핸드메이드몰 등의 카테고리 전문몰 형태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는 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중세 유럽 특별한 날에 열렸던 종합시장이라는 의미의 메쎄(Messe)에서 시작한 전시회는 시장이 점점 세분화되고 고객이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특정 분야의 산업을 대표하는 전문적이고 제도화된 형태로 발전해나가는데, 그것이 바로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 전시회의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전시회들은 특정 분야의 산업을 주도하고 방향성을 제공하는 선구자, 권위자, 전문가,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 이들 전시회에 가보면 좋은 제품을 더욱 좋은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바이어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바쁜 발걸음으로 움직이며 더욱 많은 기업과 상품을 만나보려 노력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들은 일부 전문 전시회를 제외하곤 대부분 최종소비자의 입장이 허용되고 직매가 가능한 퍼블릭(public) 전시회이다. 전시회에 방문한 소비자들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처럼 맘에 드는 즉시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입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전시회’ 자체에 대한 이미지는 무역이나 기업 간 거래 성격의 전문적인 느낌보다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맘에 드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에 가깝다. 우리나라 전시회는 어떤 이유로 퍼블릭 전시회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일까. 먼저, 세계 곳곳에서 특정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오래된 역사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한 전시회들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계 각지의 유통 바이어들은 이미 그 전시회를 알고 있고 1년 내내 그 전시회만 찾아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사들이고, 그를 통해 많은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 역할인 바이어 역시 성과를 내야 능력을 인정받는 우리와 똑같은 사회인이자, 사람이다. 하루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라면,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이것은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왜 해외 바이어가 없는 것인가?’하고 묻기 전에, 조금 더 근본적으로 해외 바이어가 올만 한 환경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외 바이어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알린다 해도 참관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진정성 있는 바이어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궁여지책으로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한다고 현혹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전시장까지 자발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방문한다는 것은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바이어들이 전시회를 찾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기업을 만나, 좋은 제품을 직접 보고, 그 즉시 좋은 가격 조건을 상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들은 그들의 목적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작은 규모다. 일례로 중국의 캔톤 페어(중국 수출입 상품 교역회/CANTON FAIR)의 규모는 1,185,000m²이다.
캔톤페어 (약 395,000m² 규모의 전시회가 3기에 걸쳐 개최되고, 총 1,185,000m²의 면적을 자랑한다.)
하나의 전시회가 우리나라 전체 전시장을 다 합친 면적(약 275,000m²)의 4배가 넘는 규모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전시회는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에도 다 볼 수 있는 규모가 대부분인 점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처방으로 MD초청 상담회 또는 바이어 초청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자발적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에서 얼마만큼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참가기업이 판단해 볼 문제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