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상한 두부를 팔아 유명해진 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판되며 식품업계를 넘어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2005년, 틈새가 없어 보이는 전통 식품 레드오션 시장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발상으로 등장한 이 기업은 출시 2년만인 2006년 매출 40억 엔을 돌파하고 1000% 신장, 시장 점유율 1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그 해 <닛케이 트렌드>라는 매체가 선정하는 일본 10대 히트 상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남자의 터프한 기질로 혼신을 다해 두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오토코마에 두부’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어로 ‘오토코마에’란 ‘남자다운’이라는 의미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두부에도 남다른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토 신고’ 사장은 1993년, 스물네 살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두부 생산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초기부터 특성 없는 두부의 맛과 이름에 불만을 느끼던 그는 1998년 상품개발 담당자가 된 후, 싼 두부의 대량생산 이미지를 탈피하고 맛도 좋고 눈에도 확 띄는 개성 있는 두부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두유 농도를 높여 훨씬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고, 포장지에는 큼지막하게 ‘사내 남(男)’자를 써넣어 ‘절대로 배신하지 않아!, 제대로 된 두부를 보여줄게!’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게 된다. 우리나라 식탁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두부는 일본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많은 업체가 경쟁하지만 아무런 특색 없이 똑같이 네모난 용기에 담겨 팔리는 식품이기도 해서 후발주자가 웬만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과점 시장이다. 제품 자체에서 차별성을 갖추기 어려운데다가 브랜드가 아닌 중소기업의 제품은 판매물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또한 갖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시 하나 둘 대형 유통업체의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 있던 두부 회사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자체 PB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파산할 것인가, 혁신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한 오토코마에 두부는 변화가 없을 것만 같았던 일본 두부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해 세 배나 비싼 가격으로 평정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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