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명절이 되면 각 방송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일종의 샘플 프로그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명절연휴 동안 시청률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이며, 장기적으로는 이들 중 시청자의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정규 편성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테스트를 거치는 이유는 시청자의 기호가 고려되지 않은 상태의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했다가 잘못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C의 <복면가왕>, <나혼자 산다>,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명절 연휴 시범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끈 뒤 정규 편성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 같은 테스트는 비즈니스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당장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이라 많은 기업이 쉽게 생략해 버린다. 파일럿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 샘플로 고객의 반응과 평가를 테스트 하는 것은 겪지 않아도 될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하고 막기 위한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테스트를 제품조차도 시장에 출시되면 수정·보완 사항이 도출되는데 하물며 이 과정을 생략하면 언젠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행착오를 겪고, 훨씬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이 선호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타겟 시장이나 고객층은 어디가 적당한지, 적정 가격은 어느 정도이고, 제품 디자인의 평가는 의도한 반응인지 알아보는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필요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알지만 실제로 행하기 여간 어려운 문제이다.
자원이 충분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서는 풀어내기 쉬운 문제이지만 제품 개발에 이미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중소기업에게는 막상 트렌드나 여론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 막막할 뿐더러, 적정 가격과 제품 디자인 평가와 같은 고객을 직접 만나서 얻을 수 있는 반응 조사는 현실적으로 까다롭고 힘든 부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전시회를 파일럿 프로그램 같은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A사는 플라스틱 수납장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품질을 인정받아 좋은 이미지로 브랜딩 되어 있으며, 전국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판매 채널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몇 년 전부터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게 된 A사는 신제품 출시 전 반드시 대상 타겟층의 방문도가 높은 전시회를 참가한다. A사의 전시회 참가 목적은 매출과 계약 상담이 아닌, 오로지 고객 반응 조사이다. 그런 이유로 전시회 참가 시 디자인팀이 중심이 되고 영업팀과 마케팅팀이 서포트 역할을 하는 독특한 운영 전략을 펼친다. 전시회를 통해 표본 조사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매출과 계약 상담으로 순조롭게 연결되는 주춧돌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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